오늘은 “기억은 진짜일까, 조작된 이야기일까?” — 뇌가 만들어내는 가짜 기억의 정체를 탐구하기 위해 기억은 저장이 아닌 ‘재구성’이다, 가짜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의미’의 조각이다에 대해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기억은 저장이 아닌 ‘재구성’이다
우리는 흔히 기억을 사진처럼 고정된 상태로 저장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정 순간의 경험을 그대로 머릿속 어딘가에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그 이미지를 꺼내보듯 기억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 현대 뇌과학은 기억이 ‘저장’이 아닌 ‘재구성’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어떤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뇌는 과거의 사건을 그저 꺼내오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정보, 감정, 주변 맥락 등을 바탕으로 다시 조합하고 구성한다. 마치 조각난 퍼즐을 새롭게 맞추는 것처럼 말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왜곡, 삭제, 첨가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기억은 한 번 불러오면 더욱 취약해진다. 어떤 경험을 떠올린 뒤, 새로운 정보나 감정이 그 기억에 덧입혀지면, 우리는 다음번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릴 때 처음의 원본이 아니라 수정된 ‘버전’을 기억하게 된다. 그래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선명해지기보다는 오히려 점점 변형되고, 때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재탄생할 수도 있다. 뇌는 현실을 정확히 저장하는 기록 장치가 아니라, 생존에 유리한 방식으로 과거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창조적 조직인 셈이다.
가짜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기억은 외부 정보와 내면의 상상이 뒤섞이는 과정을 통해 종종 ‘없는 이야기’를 진짜처럼 믿게 만든다. 이를 ‘위증 기억’ 또는 ‘거짓 기억’이라 부르는데, 이는 단순한 착각이나 망상이 아니다. 뇌의 자연스러운 작동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심리학자들이 실험 참가자에게 어릴 적 놀이공원에서 미아가 된 적이 있다고 말하며 꾸며낸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일부 참가자들은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기억하거나 구체적인 장면까지 묘사했다. 또한 다른 사람의 말, 사진, 뉴스, 영화 장면, 상상 등도 기억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어떤 말을 반복해서 듣거나 상상만 해도, 뇌는 그 장면을 실제 경험으로 혼동할 수 있다. 이는 뇌가 현실과 상상을 뚜렷이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마와 편도체 등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는 자극의 출처보다 그 강도에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강한 감정이 실린 상상은 실제보다 더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특히 감정적으로 충격적인 경험일수록 우리는 그것이 더 ‘진짜’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감정이 강하다고 해서 기억의 정확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범죄 사건에서 목격자의 기억이 법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쓰이지만, 거짓 기억으로 인한 오판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나 유동적이고 불완전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결국 우리는 모든 기억을 믿을 수는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언제나 ‘믿고 싶은 기억’을 재구성하며 살아간다.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의미’의 조각이다
기억이 단지 사실의 저장이 아니라 재구성과 상상의 산물이라면, 우리는 왜 그토록 기억을 중요하게 여기며, 또 때로는 그것을 통해 삶의 방향을 설정하려 하는가? 그것은 기억이 사실을 전달하기보다는 ‘의미’를 구성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억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하고, 과거의 경험에서 현재의 감정을 뽑아내며, 미래를 결정짓는 근거로 삼는다. 기억은 곧 정체성의 뿌리이며, 개인 서사의 핵심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학창시절 겪은 어떤 장면은 누군가에게는 실패의 트라우마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성장의 계기로 기억될 수 있다. 사실은 같더라도 그 해석과 감정은 달라질 수 있으며, 바로 그 지점에서 ‘기억’은 현실보다 더 큰 힘을 갖는다. 또한 기억은 사회적 맥락과도 깊이 연결된다. 공동체의 역사, 가족 간의 전승, 문화적 기억 등은 종종 재구성된 이야기를 통해 세대를 이어가며 집단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이렇게 보면, 기억은 왜곡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으며, 그 왜곡을 통해 인간은 더 큰 서사와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우리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이해할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과거를 ‘다시 쓰는’ 존재다. 그렇기에 기억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만큼 인간다움을 드러내는 감정적이고 창의적인 구성물이기도 하다.
기억은 마치 거울 같지만 실제로는 그림자에 가깝다. 우리는 그것이 사실이라 믿지만, 그것은 시간과 감정, 상상과 언어의 레이어가 겹쳐진 복잡한 구조다. 이처럼 기억은 정확한 기록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삶을 이해하고 유지해나가기 위한 끊임없는 재서술이며, 그 재서술 속에서 우리는 의미를 찾는다. 기억은 진짜일 수도, 가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남기고, 어떤 선택을 이끌어냈는지는 사실 여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결국 기억이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우리를 말해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