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주에도 냄새가 있다면 어떤 향일까?" — 무중력 속 화학 분자의 정체를 탐구하기 위해 인간의 코가 맡은 우주의 첫인상, 우주의 냄새는 무엇에서 비롯되는가, 냄새를 통해 상상하는 우주의 물성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인간의 코가 맡은 우주의 첫인상
우주는 진공 상태이며, 진공에서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냄새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한 여러 우주인들은 공통적으로 ‘우주의 냄새’를 묘사한 바 있다. 그들은 우주 유영 후 우주선 안으로 복귀했을 때 우주복과 장비에 남아 있는 묘한 냄새를 맡았다고 말한다. 그 냄새는 종종 타는 쇠, 용접 직후의 연기, 스테이크를 센 불에 구운 듯한 향으로 표현된다. 어떤 우주인은 금속이 닿은 후 남는 열기 섞인 냄새라고 표현했고, 어떤 이는 오래된 총포 냄새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놀라운 점은 이처럼 주관적인 기억이 서로 닮아 있다는 것이다. 이 경험은 단순한 심리적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우주 환경에 노출된 물질이 변화하면서 발생하는 화학 반응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인간의 코는 단백질 수용체를 통해 공기 중의 특정 분자를 감지하는 구조이기에, 진공 상태의 우주 자체에서는 냄새를 맡을 수 없지만, 우주에 노출되었다가 돌아온 표면에서 남은 입자나 분자들이 우주선 내부 공기와 만나면서 냄새를 만들어낼 수 있다. 즉, 우주의 냄새는 곧 진공의 냄새가 아니라 우주와 접촉한 물질이 남긴 화학 반응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우주는 냄새 없는 공간이 아니라, ‘냄새의 흔적이 남는 환경’으로 새롭게 정의된다.
우주의 냄새는 무엇에서 비롯되는가
그렇다면 우주에서 맡았다고 하는 이 독특한 냄새는 어디에서 기원한 것일까? 과학자들은 이를 우주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화학 분자의 작용으로 설명한다. 우주 공간에는 수많은 에너지 입자들이 존재한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 우주선이라 불리는 외부 은하에서 유입된 방사선, 그리고 성간 구름 속의 극미량 화학 물질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고에너지 환경은 지구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화학 반응을 유도한다. 특히 탄소, 산소, 수소, 질소 등 기본적인 원소들이 우주의 방사선과 충돌하면서 복잡하고 예외적인 분자들이 형성된다. 이 가운데 일산화탄소, 폴리아세틸렌, 방향족 탄화수소 같은 고분자 물질들이 생성되기도 한다. 방향족 탄화수소는 석탄, 휘발유, 탄 고기 등에서 나는 자극적인 냄새의 근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주에서 생성될 경우 특정 조건에서 금속적이거나 탄 내음 같은 냄새를 낼 수 있다. 이러한 분자들은 우주복, 우주선 외벽, 태양 전지판 등에 부착되어 있다가, 우주인이 우주선 내부로 복귀할 때 실내의 공기와 반응하며 냄새 분자를 방출한다. 또 다른 가능성은 우주복 표면에 들러붙은 초미세 운석이나 미세 먼지가 산화되며 냄새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우주에서 맡는 냄새는 무중력이나 진공 상태 그 자체가 아니라, 극한 환경 속에서 변화한 물질과 분자가 내는 냄새의 결과이며, 그 속에는 우주의 화학적 본질이 응축되어 있다.
냄새를 통해 상상하는 우주의 물성
인간은 오감 중 후각을 통해 가장 직접적이고 감성적인 인상을 받는다. 냄새는 시간과 공간의 기억을 일깨우는 감각이며, 무의식에 가까운 정서를 자극한다. 우주의 냄새를 맡았다는 증언은 단순한 과학적 관찰을 넘어선 감각적 체험이며, 인간이 우주라는 극한 환경과 접촉하면서 느끼는 첫 번째 생물학적 반응이기도 하다. 우리가 그 냄새를 금속성, 타는 냄새, 고기 구운 향 등으로 비유하는 이유는 결국 지구적 경험을 바탕으로 미지의 환경을 이해하고자 하는 본능에서 비롯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냄새가 인공적인 실험실에서도 일부 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어떤 향료 개발자들은 우주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우주의 냄새’를 모방한 향수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이는 완벽한 재현이라기보다 상상력에 가까운 작업이지만, 그만큼 우주의 향은 인간에게 낯설면서도 매혹적인 감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냄새를 구성하는 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주가 단지 허공이 아니라 분명한 물질성과 화학적 구조를 갖는 공간임을 알려준다. 진공이라 불리지만 완전한 공허가 아닌, 복잡한 화학 물질이 드문드문 흩어진 다층적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 점은 우주를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이 직접적으로 접촉하고 체험할 수 있는 물리적 장소로 인식하게 만든다. 냄새는 그 물리성과 인간 감각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우주의 냄새는 단순한 기이한 경험이 아니라, 인간이 미지의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최초의 감각적 실마리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우리가 상상하는 우주가 결코 무취의 세계가 아님을 보여준다. 비록 진공 상태에서는 냄새가 직접 퍼지지 않지만, 우주 환경에 노출된 물질이 다시 공기 중에 들어섰을 때 발현되는 분자의 향은 우리가 우주라는 공간을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창을 열어준다. 이러한 감각은 단순한 기이함을 넘어, 우주 화학의 실체, 인간 감각의 적응성, 그리고 생명과 환경의 본질적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진다. 우주의 냄새는 곧 우주의 물리적 본질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단서이며, 인간이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 속에서 마주한 가장 낯설고도 인간적인 흔적일지도 모른다.